오늘은 황유미님의 16주기입니다. 유미씨는 우리가 기억하는 반도체 전자산업의 첫 직업병 피해자입니다. 그 이전의 죽음들은 기억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기억되지 못했기에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을 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올림에 제보된 희생자만 200분을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정부의 연구에 따르면 반도체 회사 여섯 곳에서만 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가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못합니다.
반복된 죽음은 우리 사회에 전자산업 직업병을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잘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업병을 인지하는 데에도, 인정하는 데에도, 예방하는 데에도 너무나 게으르고 몰인정합니다. 정부는 첨단산업의 중요성만 강조할 뿐,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첨단기술 보호라는 장벽 앞에서 위험에 대한 알권리는 계속 훼손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의 변화하는 위험을 파악하는 데에도, 산재노동자를 위한 제도개선에도 한없이 굼뜨기만 합니다. 그 피해는 오롯이 직업병 피해자들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죽지않고 병들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은 여전히 멀지만, 힘겹게 만든 변화가 다시 무너져내릴 때도 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연대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직업병 피해자와 함께 노동자들과 함께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2023년 3월 6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한겨레]'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16년 전 오늘(3월6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황유미(당시 23살)씨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2007년 6월 딸을 대신해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했다. 2009년 5월, 공단은 역학조사를 거쳐 “업무 관련성이 낮다”며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황씨는 법원으로 향했고, 1·2심에서 승소해 2014년 8월 딸의 산재를 끝내 인정받았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7년 싸움’은 직업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고 황유미 님의 16주기를 맞아 추모의 마음을 담아 유미씨가 계시는 속초 울산바위가 보이는 작은 언덕에 다녀왔습니다. 반올림 활동가와 삼성전자노조 전임자, 생명안전시민넷 박순철 사무국장님, 황상기를 사랑하는 속초 모임에서도 함께해주셨습니다.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향상을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