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해 11월 21일 추모성명을 통해 고 신정범 님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로부터 8개월여가 지난 7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고인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고인은 2014년 7월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화성 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식각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설비 유지ㆍ보수를 담당하였고, 신규라인을 셋업 할 때는 'Sub-FAB'이라 불리는 공장 하부 공간에도 자주 출입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각종 화학물질ㆍ가스ㆍ전력을 공급하는 설비와 그 생산라인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설비(스크러버) 등이 밀집된 공간이었다.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해인자들이 Top-down 방식의 환기시스템으로 인해 유입될 수 있는 곳이었고, 생산라인에 존재하지 않는 유해설비들도 즐비한 곳이었다. 고전압 설비들이 많아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 위험도 높은 곳이었다. 여러모로 반도체 생산라인 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곳이었으나,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이었다. 고인은 그런 곳에서 일하며 주 평균 60시간의 과로에도 시달렸다.
반올은 7월 2일 마석모란 공원에서 열린 문송면, 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5주기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무더운 날이지만, 문송면 가족과 원진 동자, 노동조합과 노동 안전 보건단체 등과 함께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35년 전 문송면, 원진레이온 투쟁의 의미를 새기고 윤석열 정부의 생명과 안전 후퇴를 규탄하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 사진 제공 : 한선미
[서울대저널 기고] 우리의 휴대폰에는 누구의 노동과 피가 묻어있을까
삼성 베트남 하청공장 노동자의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과 죽음에 대해
...
어쩌면 급성중독으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메탄올 중독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뇌종양, 암 등의 직업병 사태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정말 중단하고, 화학물질 안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사용물질과 배출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메탄올 사고이든 삼성 백혈병 등 직업병 사태이든 더 이상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휴대폰과 전자제품을 쓰는 일이 없도록, 왕성한 소비자인 우리 자신부터 기업 감시에 대한 목소리를 내보자고 다짐한다.